잡담/영화감상문

'페어 러브 (Fair Love, 2009)' 명대사

포토캐논 2010. 4. 11. 07:4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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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혁 : 넌 진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야.
         진짜야.
         그렇게 된다...
         제일 좋아하는 사람한테 짐도 많이 지게 하고, 미운 짓도 많이 하게 되고, 부탁도 많이 하게 돼.
         그러다.. 제일 좋아하는 것을 먼저 잃어...
         꼭.. 그래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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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일주일 사이에 두 사람을 잃었어요.
       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도 안 울었거든요.
         고양이가 죽고 나서 더 많이 울었어요.
         난 나쁜가봐...

형만 : 아니야, 아니야.
       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땐 원래 그래.
         두고두고... 문득문득 빈 자리가 생각이 나지.

남은 : 그래요?

형만 : 응, 그래.

남은 : 왜요?

형만 : 응, 그 원래... 음...
         받은 것보다 자기가 준 것을 잃었을 때 좀 크게 느껴져, 상실감이.
         준 쪽이 더 커.
         그래서 부모보다 자식을 잃었을 때가 더 큰 거야.

남은 : 결혼 안 하셨잖아요?

형만 : (뻘줌) 안 했지...;;
         어떻게 알았어?

남은 : 아버지가 자주 얘기했어요.
         그 새낀 평생 연애 한 번 못했다구...

형만 : !!!

남은 : 아, 그러니까 여기서 '그 새끼'가 아저씨인 거죠.

형만 : ..그렇지. 그런 새낀 나 밖에 없으니까... ㅡㅡ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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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거긴 원래 아무도 못 만지게 하는데... 니가 처음이야-ㅎ

남은 : 누군가의 처음이라는거... 좋은 거예요.
         그쵸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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재웅 : (증명사진 찍는 중) 좀 신뢰감 있어보이는 이미지로... 선해보이게 찍어줘요. ^^

형만 : 야, 차라리 얼굴을 고치던가... ㅡㅡ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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재웅 : 아주 마음에 없는 것 같진 않아.

형만 : 니가 만만한가보지.

재웅 : 아니... 힘든 일 있을 때마다 내가 생각난다는 거야.
         남자친구보다...

형만 : 야, 그런 짓을 왜 하냐?
         아쉬울 땐 너한테 오고, 니가 이제 필요없을 땐 바로 지 남자친구한테로 갈 걸?

재웅 : 그게 그렇지가 않다니깐;;
         남자 쪽은 이미 마음이 떠난 것 같애.
         (확신) 이제 외로움이 극에 달할 때야!

형만 : 그 소리가 벌써 3년 째다.

재웅 : 지금은, 내가 항상 니 곁에 있다... 그걸 계속 각인시켜 줄 때라고.

형만 : 영원히 각인만 시켜줘라... ㅡㅡ;;
         아, 자식 시끄럽네 증말...

재웅 : 아니, 왜 짜증을 내고 그래?

형만 : 아니, 3년 째 그 소릴 듣고 있는데 짜증이 안 나냐?!
         짜식이, 내가 지 친구인 줄 아나...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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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형 : 멀지도 않은데, 끼니 때마다 그냥 와서 먹지...

형만 : 형수님 눈치가 뵈서...

형수 : (뒤에서 소리없이 지나가며) 형수님 눈치 안 줘요~

형만 : (나즈막히) 귀신같으셔...ㅠ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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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너네 아버지가 너한테 들려달라고 부탁했었거든?
         매일...
         죽기 전에.

남은 : 안 그러셔도 되요.

형만 : 응, 그래.

남은 : ..그러고 싶으면 그러셔도 되구요...

형만 : ?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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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아빠가 부탁했다던거.. 그거...

형만 : 응?

남은 : 마음에 내키면 하시라구요.
         예.. 그.. 그러니까...
         아빠랑 약속한거, 그.. 저...
         (멋쩍은 웃음) 됐어요, 네...ㅎㅎ

형만 : ㅡㅡ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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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남은아!
         (남은을 불러세우고) 그 말하려던게...??

남은 : 아, 아빠가 부탁했다면서요?
         우리 집에 매, 매일 들르라고...

형만 : 응, 그래... 뭐, 니가 필요한게 있으면은...
         그러니까, 필요한게 있으면 얘기하라구.

남은 : 전 빨래를 잘 해요. (웃음)
         깜짝놀라실...거예요-ㅎ

형만 : 어, 그래?
         남은이는 좋겠구나...ㅎㅎ

남은 : (뻘쭘) 아, 작업실에 같이 있어도 되요?

형만 : 왜? 거긴 별로 재미없는데...
         카메라밖에 없어.

남은 : ..우리 집엔 아무 것도 없어요. 고양이도 죽었구...

형만 :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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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태 : 아버지 땜에 지금 걱정이예요.
         무슨 이상한 점쟁이가 부자되는 이름을 지어줬다고...

정석 : 응? 뭐라고 지어줬는데??

진태 : 김대우, 김삼성, 김현대...
         절대로 굶어죽지 않는 이름이래나?

일동 : ㅋㅋㅋ

진태 : 야, 어떡하지?

재형 : 그럴바에는 김마이크로소프트로 하지 그래요?

정석 : 야, 야, 너 진짜 왜 그러니?

남은 : (형은의 입가에 묻은 자장면을 휴지로 닦아주고)

진태 : !!!

재형 : (좀 이상한) ..조카분이 삼촌을 잘 따르네요... ^^;;

정석 : 조카? (뚫어져라 쳐다보며)
         조카치고는... 너무 예쁜데...ㅎ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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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아저씨... 예뻐요.
         아저씨 예뻐요.
         걷는 것도, 말하는 것도... 이뻐요-ㅎ

형만 : ...

남은 : 난 자기 일에 열심인 남자가 섹시해 보이던데...

형만 : !!!
         너, 이 자식... 나, 니 아버지 친구야.

남은 : 자기 일에 열심인 남자가 섹시해 보인다구요.
         아저씨가 섹시해 보인다는 말이 아닌데... ㅡㅡ;;

형만 : 넌... 넌 남자친구도 없냐?
         어린애가 이런 곳에 와서 놀게?!

남은 : 시시해요, 노는거...

형만 : 그럼 공부를 하든가, 학생답게...
         요즘 취업 준비도 일찍 하잖아?
         미리미리 준비하고 그래야지??

남은 : (듣는둥 마는둥)

형만 : 요즘 등록금도 비싸잖아?

남은 : 윤 사장님이 학비 대준다고 했어요.

형만 : 야, 너 스물 다섯이면 스스로 독립할 생각을 해야지, 그럼 안돼.
         너, 그러면 너네 아버지처럼 되는 거야.

남은 : 우리 아빠 미워하는거 맞네...
         굶어 죽을까봐 걱정되요? 치이-

형만 : 그게 아니라, 현실적인 얘길 하는 거지.
         니가 졸업할 때까지야 윤 사장이 생활비를 대주겠지만,
        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.
         너, 졸업하고나면 어떡하게?
         너, 스물 다섯이면 어린 나이도 아니야.

남은 : 아빠같이 얘기하네요?
         우리 아빠는 그런 얘기 해준 적 없는데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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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아빠가 아저씨 돈 얼마나 빚졌었어요?

형만 : 8천만원.

남은 : 옛날엔 그렇게 돈이 많았어요?

형만 : ..그게 내 전재산이었어.

남은 :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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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어? 방금 버스정류장 되게 예뻤어요.
         저도 찍어주세요.

정석 : (백미러를 힐끔 보며) 뭐? 저거??
         원해??

남은 : 네! ^^

정석 : 정말 원해?

남은 : 정말 원해요! ^^

정석 : '오빠 찍어주세요'라고 말하면은 찍어줄게.

남은 : 오빠 찍어주세요! ^^

정석 : 오케이!

형만 : (심기가 불편한) 니가 왜 오빠야?

정석 : 오빠지 그럼, 30대인데.

형만 : (삐친) 너 그럼 나한테 형이라고 하지마!

정석 : ㅡㅡ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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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석 : 아니, 어디가? 조개나 먹어.

형만 : (말 없이 구름 사진을 찍는)

정석 : 형이 무슨 스티글리치야?
         맨날 구름사진만 찍게... 빨리 와!

재형 : 남은씨, 스티글리치가 누군지 알아요?
         누구냐면은, 근대 사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인데요...

정석 : 야야, 수리공이 무슨 사진사까지 공부하냐?

재형 : 기본적인건 알아야죠.
         무식할 필요 없잖아?

정석 : 난 니가... 무식할 때가 좋았어. ㅡㅡ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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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갈게요...

형만 : (퉁명) 그래.

남은 : (가다가 돌아서고) 왜 그래요?

형만 : 뭐가?

남은 : 이상해요, 오늘.

형만 : 내가 원래 좀 이상해.

남은 : 알았어요...

형만 : 그냥... 보통 다 이뻐? 특이하면??
         좀 특이한 버스정류장이나, 특이한 말투나,
         특이한 걸음걸이나...

남은 :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.

형만 : ..됐다.

남은 :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!

형만 : 그냥 특이하면 신기한거면 다 좋아하냐구.

남은 : ..아저씨 삐졌어요?

형만 : 내가 애들이냐, 삐지게?

남은 : 삐진거 맞잖아요.
         내가 다른 아저씨들이랑 어울리니까!

형만 : (버럭) 넌 내가 니 친구로 보이냐?
         난 니 아버지 친구야.
         그냥 돌봐주라고 해서, 친구 딸이니까, 죽기 전에 유언으로 남긴 얘기라...
         너, 근데 자꾸 이러면 안돼, 진짜... 응?
         정말 이러면...

남은 : '자꾸 그런'게 뭔데요?
         스물 다섯 살은 어린거 아니라면서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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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수 : 나이는 서른 아홉이고, 학원 한대요. 원장!
         믿음도 너무 좋고, 봉사도 많이 하고...

형만 : (사진을 보며) 서른 아홉이면... 아줌마네.

형만 형 : 니 나이를 생각해, 임마!
             스무살 꽃순이를 데려다주리?
             과부 아닌게 어딘데...

형만 : (다시 한 번 사진을 보며) 아휴, 별론데...;;

형만 형 : 서른 아홉이면 됐지, 임마!
             얼마나 더 어린애를 데려다 줘?
             짜식이, 자기 나이 몇인지도 모르고... ㅡㅡ;;

재은 : 삼촌, 내 친구들이나 소개시켜줄까?

형수 : 말 같지 않은 소리하고 있어!

재은 : 왜? 요새 애들 늙은 남자 좋아해.

형만 : (솔깃) 진짜 그래? 늙은 남자를 좋아해??

형수 : 왜 그러세요...;;

재은 : 돈 많은 늙은 남자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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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 목사 : 무슨 일이야? 나 좀 바쁜데...

형만 : 궁금한게 있어서. 성경에 관한 거야.

강 목사 : 그래? 뭔데??

형만 : 성경에도 사랑에 대해 써 있는게 있나?

강 목사 : 있지. 고린도전서에 '사랑은 온유하고, 사랑은 오래 참고'

형만 : 그건 노래 가사잖아.

강 목사 : 원래 성경 말씀이야.
             (성경책에서 찾아 보여주며) 여기 봐봐.

형만 : (주욱 읽어내려가며) 사랑은 오래 참고, 시기하지 않고...
         이거 쉬운게 하나도 없네.

강 목사 : 아니, 그럼 뭐 쉬운 줄 알았냐?
             남들 다 너보다 어렵게 살고 있는 거야.

형만 :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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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진태야.

진태 : 네?

형만 : 넌 국경이나, 인종이나,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냐?
         사랑 같은 거에...

진태 : 갑자기 왜...?!
         (웃음) 국제결혼이라도 하시게요?? ㅎ

재형 : 사랑이라는게 종교, 인종, 국경, 나이,
         이런걸 다 초월하는 거예요.
         사랑하면 아무하고나 결혼할 수 있는 거죠.

형만 : 야, 너 월급 2배로 올려줄테니까,
         작업실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마라.

재형 : 에이, 작업실 형편 뻔히 아는데 그럴 수 있나요...ㅎ

형만 : 아, 저 자식이 말만 하면 왜 이렇게 화가 나지, 이거... ㅡㅡ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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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너 바빠지면 빨래 안해줘도 돼.
         형수님한테 부탁해도 되거든?

남은 : 빨래하는거 얼마 안 걸려요.

형만 : 얼마 안 걸려도 할 일이 많을텐데...
         남은이, 전공이 뭐라고 했지?

남은 : 영문학이요.

형만 : 어, 그래, 영문학.
         취직은 잘 되나?

남은 : 취직하려고 공부하는거 아니예요.

형만 : 아, 그래?
         그럼, 뭐... 교수 같은거 하려고?
         유학도 가고 그래야겠네.

남은 : 관심없어요.

형만 : 관심이 없으면 어떡해?
         이제 금방 졸업하고, 스무 살이 꺾이면 나이도 더디게 먹어.

남은 : 다 알죠?

형만 : !!!

남은 : 다 알면서 그러는 거죠?

형만 : (헛웃음) 아, 글쎄... 그렇게 얘기하면 좀...ㅎ

남은 : 내 마음... 알죠?
         다 알면서 이러는 거죠?!

형만 :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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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아저씨... 뭐하세요?

형만 : 뭐, 나야 뭐 맨날 똑같지.

남은 : 아저씨가 말한대로 노력하고 있어요.
         영어학원도 끊었고, 또래 남자애들도 만나요.

형만 : 응, 그 아주 잘하고 있구나.

남은 : (한숨) 근데, 시시해 죽겠어요.
         정말 시시한 애들 뿐이예요.
         얘는 키도 크고, 공부도 잘하는 앤데요...
         차도 있어요, 학생인데.
         차도 큰거 갖고 다녀요. 좀 재수없게...
         그래도 착하긴 해요.

형만 : 야, 무슨 소리냐?
         너, 지금 남자 만나고 있니??

남은 : 네, 아저씨가 하라던대로...

형만 : 너, 거기 어디냐?
         아저씨가 갈게! 가서 얘기하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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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이 사람 유명한 건축가인데요,
         원래는 평범한 대학 교수였는데요,
         근데, 어느 날 나이 어린 제자랑 사랑에 빠지고 난 후부터 열정이 막 솟아가지구...
         뛰어난 건축가가 되었대요.

형만 : (솔깃) 그래서?

남은 : ..그냥요.

형만 : ㅡㅡ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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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난 말이다... 너무 잘 알아.
         외로운거...
         아빠도 있고, 고양이도 있고, 니가 어딘가 의지하고 싶은 거야.

남은 : (한숨) 자신 없으면 자신 없다고 하면 그만이예요.
         자꾸 다른 얘기 하지 마세요.
         다른 남자 만나보라는 얘기도 하지 마세요.
         사자보고 풀 뜯어먹으라는 소리예요.

형만 : 난 그래, 자신이 없어.
         여태 이렇게 살았는데, 뭐 어쩌겠니?
         뭘 다시 시작할 나이도 아니고...
         누가 내 인생 책임져 줄 건 아니잖아?

남은 : 아저씨 인생도 아저씨한텐 한 평생이고,
         제 인생도 저한텐 한 평생이예요.
         왜 아저씨만 손해보는 것처럼 얘기하세요?
         그만해요, 됐어요.
         이제 아저씨 그만 괴롭힐게요.

형만 :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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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태 : 네? ㅎ 아, 그럼요. 저야 존경하죠.

형만 : 내가 좀 부도덕한 짓을 해도...
         그래도... 날 존경할 수 있냐?

진태 : 얼마나 부도덕한 짓을 하실 건데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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진태 : 야, 너 정말 사랑하면 아무하고나 결혼할 수 있냐?

재형 : 사랑하면 외계인이라도 해야죠.

진태 : 외계인?

재형 : 외계인도 이뻐야죠. ^^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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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..뛰어오셨어요?

형만 : (헉헉대며) 마을버스가 안 와서...;;
         내가 한 50년 넘게 살면서,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살았거든?
         근데, 세상엔 나쁜 놈들 많아.
         남한테 사기치고, 돈 떼먹고...
         꼭 니 아빠 얘기를 하려는건 아니고...ㅎ

남은 : 무슨 말씀이세요?

형만 : 남한테 피해주기 싫고...
         또 남이 나한테 그러는거 싫고...
         근데, 아무리 생각해봐도...
         뭐,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...
         아, 그러니까...
         너랑 나랑 같이 있는게 문제될게 뭐냐 이거지...
         너도 좋고, 나도 좋고, 뭐 피해보는 사람도 없는데...

남은 : (서서히 웃음)

형만 : 무슨 말이지 알겠니?

남은 : 그게 지금... 프로포즈 하는 거예요? ㅋ

형만 : 응, 내가 그래도 이 말 하려구...
         20년만에 100미터 이상 달린 건데?
         헤헤~ ^^;;

남은 : (웃음지으며 눈물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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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요즘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...
         남은이랑 같이 손잡고 다니면서 '아저씨'라고 나한테 자꾸 그러면은...

남은 : (깨닫고) 아...

형만 : 사람들이 좀 이상한 시선으로 볼까봐...
         이제 그냥 '오빠'라고 부르는게 낫지 않을까?

남은 : (끄덕끄덕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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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생각해보니깐...
         맘에 안 드는 손님들껀 일부러 좀 늦게 고쳤어.
         뭐, 그런 것도 고해성사 할 수 있나?

강 목사 : 못됐네.

형만 : 그리구 형수님한테 빨래같은거 부탁하면서...
         뭐 그러면서도 좀 속으로 욕했어.

강 목사 : 하여간...;; 계속해.

형만 : 그리고 윤 사장이 억지로 자기 조카를 맡겼는데, 재영이라고...
         그 자식을 좀 은근히 괴롭히고 싶어져.

강 목사 : 속 좁기는 으이그... 계속.

형만 : 아, 그리고 뭐 이거... 죄가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...
         사랑하는 애가 생겼어.
         그러니까, 이성 간의 사랑...
         예수님이 인간을 사랑하는거 그런거 말고...

강 목사 : (웃음)

형만 : 그 애 아빠가 나한테 돌봐달라고 부탁했는데...
         아, 그럴 줄 몰랐는데...

강 목사 : !!!

형만 : 그 애를 사랑하게 되었어...

강 목사 : (조심스레) 그 애..가... 내가 알고 있는 그 애는 아니지?

형만 : 맞아, 남은이.

강 목사 : (버럭) 아, 새끼! 그건 아니지!!

형만 : 왜 목사가 욕을 하고 지랄이야? ㅡㅡ;;

강 목사 : (뻘쭘) 야, 새끼야가 무슨 욕이야?
             친한 친구끼리 쓰는 말이지...;;

형만 : 야, 너 친한 교인들한테 가서 '야 이 새끼야'라고 해봐!

강 목사 : 지가 불리하면 말을 돌려...;;
             야, 지금 그게 중요해?
             너, 남은이 어떻게 할려고 그래?

형만 : 아, 뭘 어째?
         처녀 총각이 만나서 사랑하는거지...

강 목사 : (버럭) 니가 총각이야?!

형만 : (떳떳) 총각이야!

강 목사 : 아, 그렇지. 그건...;;
             야, 근데 이건 아니지!

형만 : 왜 안되는데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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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여자가 생겼어.

형만 형 : 뭐하는 여잔데?

형만 : 학교 다녀.

형수 : 어느 학교 선생님이신데요?

형만 : 학생이예요.

형만 형 : !!!

형수 : 맙소사...;;

형만 형 : 너, 이 자식! 뭐하고 다니는 거야?
             어디서 이상한 애를 만나고 댕겨?!

형만 : 이상한 애 아니야.
         기혁이라고 알지? 나한테 사기친 놈... 걔 딸이야.

형수 : 주여!

형만 형 : 이런, 미친 놈!
             그게 더 이상한 거잖아?!

형수 : (물병을 들고 지나가던 재은이에게 자기도 모르게)
         재은아, 오빠도 찬물 좀...

형만 형 : 오빠? 누가 오빠야??
             이 자식, 이거 미친거 아니야?!

재은 : ㅋㅋㅋ
         미치겠다, 오빠래...ㅎㅎㅎ

형만 : (아차 싶은)

형수 : (조용히 방에 가서 찬송가를 읊조리고)

형만 : 그냥 욕을 하시지, 뭔 찬송가는...ㅠㅠ

형만 형 : 욕 먹을 짓인건 아냐?

형만 :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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윤 사장 : 너, 사실이야?

형만 : 뭐가?

윤 사장 : 남은이!

형만 : 응.

윤 사장 : 너, 왜 그래?
             기혁이가 그렇게 미웠냐?!
             걔 딸한테 왜 그러는데? 응??
             나하고 약속해. 다신 남은이 안 만나겠다고!

형만 : 왜? 니가 남은이 아버지야??

윤 사장 : 그럼, 니가 남은이 오빠냐?
             오빠?? ㅎ 도대체 왜 그러는데?!
             어린 애한테!

형만 : 남은이는... 섹시해.

재형 : !!!

윤 사장 : (어이없는) 너 변태냐? ㅡㅡ;;
             그래, 남은이가 귀엽고 딸 같으니까 정 들었다 치자.
             그래, 그럴 수 있어.
             허지만, 섹시 그건 아니다?

형만 : 정말 안되냐?
         난 정말 안되는 거냐??

윤 사장 : 니가 아니라, 누구든 안되는 거지!
             야, 걔 불쌍한 애잖어.
             부모 잘못 만나서 갖은 고생한 애한테, 이런 몹쓸 짓 해야되겠냐?

형만 : 글쎄, 너 내가 기혁이 딸이라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는데... 나한텐 그냥 남은이야.
         어떡하냐? 나한텐 그냥 여자로 보이는데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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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아까 목사님이 와서 막... 기도해주고 가셨어요.

형만 : ...

남은 : 우리... 잘못하는거 아니죠?

형만 : 글쎄...

남은 : 아빠랑 많이 친했어요?
         아빠랑 친구만 아니었으면 괜찮은 거예요??

형만 : 이럴 줄 알았으면, 덜 친할 걸 그랬나? ㅋ

남은 : 나... 평생 지켜줄 수 있어요?

형만 : 평생? ㅎ 그럴려면 내가 너보다 더 오래 살아야 될텐데?!

남은 : (착잡한)

형만 : 그러니까, 너도 빨리 독립해서 살 준비를 해야 돼.
         누가 지켜주는게 아니야.
         스물 다섯이면 애 둘, 셋 정도는 낳았을 나이야.

남은 : ..우리 같이 지내면 안되요?
         우리 집에서??

형만 : 생활비도 윤 사장이 주는 건데, 내가 여기와서 사는 건 좀...ㅎ
         그리고 현실적으로 내 수입으로는 우리가 따로 살 곳을 마련하는 것도 무리고...
         카메라 수리하는 걸로는 금방 안돼.

남은 : 작가가 되면 되잖아요?
         유명해지면 돈도 더 잘 버는거 아니예요??
         오빠가 작가들보다 더 잘 찍는다고 그러던데...

형만 : 정신 나간 놈들 하는 소리고...
         현실적으론 불가능해.

남은 : ..현실적으론 친구 딸이랑 사귀는 것도 불가능해요..!!

형만 :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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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석 : 왜 그래? 연애가 잘 안돼??
         원래 그런 겁니다~
         연애가 뭐 아무나 하는 줄 알아?? ㅎ

재형 : 제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드릴까요?

진태 : 야, 넌 밥이나 먹는게 나을 것 같다. ㅡㅡ;;

재형 : 여자는 한 달에 한 번 씩 그 날이 오잖아요?
         그 때는 아주 예민해 지거든요.
         그러니까 좀 이해가 안된다 싶으면 무조건 '그 날이다' 생각하는 거예요.

진태 : 내가 내 와이프 날짜 다 아는데?

재형 : 그러니까 날짜 계산하지 말고, 좀 히스테리 부린다 싶으면 '아, 그 날이구나!' 생각하라는 거죠.
         여자는 굳이 이해해 줄 필요가 없다니까요?
         그냥 졸라 잘해주면 되는 거예요.
         이러니 저러니 해도, 그냥 잘해주면 아무 말 없어요.

정석 : 아니, 그거 말도 안되는거 같은데... 은근히 설득력 있다? ㅎ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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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남은아, 세탁기 킬 때 말이야...
         '전원'하고 '동작'하고 같이 눌러줘야돼.
         끌 때도 마찬가지야. '정지'하고 같이 눌러주고... 알았니?

남은 : 왜요?

형만 :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어.

남은 : 왜 그런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고쳤어요?

형만 : 뭐든지 안다고 고치는건 아니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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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남은이... 나한테 뭐 할 얘기 있니?

남은 : 됐어요. 듣지도 않잖아요?

형만 : ㅎ 내가 언제 안 들었다고 그래?

남은 : 건성으로 듣잖아요?
         맨날 자기 할 말만 하고...

형만 : 아니, 내가 언제...

남은 : ...

형만 : 남은이... 그 날이구나?

남은 : (어이없는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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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수리하는거 그만둘 수 있어요?

형만 : 그럼 뭐하라고?

남은 : 작가가 되면 되잖아요?
         오빠는 능력도 있고, 재능도 있고, 하면 되잖아요?

형만 : 넌... 내가 유명해지고, 남들보기 폼 나고... 뭐 그랬으면 좋겠어?

남은 : 됐어요.
         아무 노력도 안 하면서... 맨날 나보고 뭐 배워라, 독립해라, 얘기만 하고...
         자기는 하나도 안 변할려고 그러고...

형만 : 기계 잘 고치는 남자가 좋다며?

남은 : 꼭 작가가 되라는게 아니잖아요!

형만 :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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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(전화로) 수업 끝났니?

남은 : (힘 없는) 네... 제가 작업실로 갈까요?
         아, 맞다! 아까 바쁘다고...;;

형만 : (몰래 뒤따라가며) 글쎄, 오늘따라 바쁘네.
         미안해서 어쩌지? 생일인지도 모르고...

남은 : (한숨) 됐어요.
         평생 연애도 못해 본 사람 만난게 잘못이지...

형만 : (순간, 남은의 눈 앞에 꽃다발을 들이대는)

남은 : (깜짝 놀라며) 아, 이게 뭐예요...ㅎㅎ

형만 : 전화 끊고 바로 달려왔어.

남은 : (기쁜) 아이, 못 오는 줄 알았는데...ㅎ
         이런 건 누가 가르쳐 줬어요?

형만 : 할 줄 몰라서 안 하고 살아온 건 아니야.

남은 : 평생 연애도 못해봤다는거 거짓말이죠?

형만 : 근데, 이거 선물을 가져왔어야 되는데... 미안해서 어쩌지?

남은 : 온 것만도 충분히 감동이예요! ^^

형만 : (길목에 몰래 숨겨뒀던 선물상자를 건네주고)

남은 : 헉... 아니,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웠어요? ㅎ

형만 : ㅎ 이건 뭐 기본이지.
         내가 다른 것도 많이 배워놨어~ ^^

남은 : ㅋㅋㅋㅋㅋ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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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오빠랑 같이 있으면, 오빠같이 되는 거예요?
         매일매일 똑같은 부품만 보며 사는 생활??

형만 : 왜, 그게 싫어?

남은 : 아니, 싫은 건 아니예요.
         그냥.. 이제 평생 그렇게 살아야 되나... 싶어서.

형만 : 세상엔... 대단한거 별거 없어.
         겪어보면 다 그게 그거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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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기회가 되면 유학을 가보고 싶어요.

형만 : (철렁) 왜?

남은 : 내가 놓치고 있는게 뭔가... 보게요.

형만 : 무슨 돈으로?

남은 : 지금 뭐...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?
        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몰라요?

형만 : 무슨 말 하는지 알아. 아는데... 어쨌거나 돈은 없잖아?

남은 : (한숨) 꼭 그렇게 기분 나쁘게 말해야 되요?

형만 : 너 돈이 없는건 사실이잖아?
         사실을 얘기하는데 왜 기분이 나뻐??

남은 : 돈이 없다는 사실 정도는 나도 알아요.
         근데 오빠가 지금 말하는건, 넌 철없어, 한심해, 너무 어려, 뭐 그런 뜻이잖아요?

형만 : 그렇지 않다니까!
         난 솔직하게 사실을 얘기했을 뿐이야.

남은 : (한숨) 독립을 하라면서요?

형만 : 유학이 어떻게 독립이야?
         스물 다섯 살 나이에,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헤매고 다닐 거냐고.

남은 : !!!

형만 : 그리구 외국에 나간다고 뭐가 달라지는데? ㅎ

남은 : 그... 어떻게 살라고요, 그럼?
         난 오빠처럼 기계 고치는 재주도 없어요.
         아니, 아무거나 하려고 해도 뭘 해야될지 모른다구요.

형만 : 가만히 있어도 세상이 알아서 너한테 좋은걸 찾아주는게 아니야.
         지금 니가 갖고 있는 걸로 어떻게 잘 살까... 맞춰가면서 사는 거지.

남은 : 그게... 평생 카메라 부품 고치고 살아온 결론이예요?
         난 내 눈으로 다 보고 싶어요.

형만 : 응? 그래서??
         더 신기하고, 재밌고, 좋아보이는게 있으면 가겠다는 거야?!
         이젠... 내가 별로 안 신기해? ㅎ

남은 : 오빠가 나보다 더 유치한거 알아요?

형만 : (답답한) 뭐, 인생이 그렇게 긴 줄 아니?
         아차 아차 두세 번만 하면 너도 내 나이야.
         열 일곱 살에 끝낼 고민을 하면서, 이것 저것 뭘 더 보고 배우겠다는 거야?
         아무데나 유학만 가면 뭐가 달라져??

남은 : 가겠다고 안 했어요. 그래서 물어보는 거잖아요?
         막연하게 내 인생도 찾고 독립하라는 말만 하지 말아요!
         이거 저거 다 안된다는 말만 하고... 책임은 안 지려고 그러고...
         그러면서 무슨...;;

형만 : 지금이야 니가 내 곁에 있겠지만, 나중엔 기억도 안 날걸?
         유학을 하건 뭘 하건, 그 생활에 적응이 되서 시간이 가면은... 나 같은건 잊어버릴 거야.

남은 : (충격) 그럼.. 우린 그냥... 지나치며 만나는 사이인 거예요?
         다른 생활로 가기 전에 잠깐 만나는... 그런 얘기예요??

형만 : ...

남은 : 알았어요.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줄은 몰랐어요.
         (혼자 일어나 나가버리는)

형만 :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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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왜 전화 안 받어?
        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?!

남은 : 그런거 없어요.

형만 : 같이 유학 따라가줘?

남은 : 유학 얘기가 아니잖아요... 정말 몰라요?

형만 : 그럼...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정확하게 말을 해봐.

남은 : 어떻게 해달라는게 아니예요.
         오빠를... 변함없이 사랑하고 오빠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...
         오빠는 작업대 외엔 밖으로 안 나와요.

형만 : 그러니까, 그걸 나보고 어쩌라고?

남은 : 어쩌라는 얘기가 아니라구요!
         오빠가 유명해지길 바래서 사진 찍으라는거 아니예요.
         오빠가 그 작업대에서 나오면... 밖으로 나오면...
         같이 성장할 수 있는... 같이 공유할 수 있는게 생길 줄 알았어요.
         (울먹이며) 근데, 항상 외로워요.
         옆에 있어도.. 외로워요...

형만 : ...

남은 : 솔직히, 오빠처럼 될까봐 겁나요.
         나, 아직은 어리잖아요?
         그러니까, 나한테 그 이상 요구하지 말아요...

형만 : 나이를 먹으면.. 그렇게 쉽게 변하질 못해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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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왜 전화 안 받아?

남은 : 오, 오빠...;;

형만 : (잔뜩 화난) 왜 안 받냐고!

남은 : 못 들었어요...

형만 : 넌 이럴거라 그랬지...
         이럴거면 왜 나한테 왔어? 왜 왔냐고!

남은 : ...

형만 : 나 같은거 신기해서 한 번 걸쳐보는 거야?
         이제 계절 지났으니까, 바꿔 입고 싶어??
         윤 사장이 유학 보내준다니까 마냥 좋지?!
         이럴거라면 왜 나한테 왔어?
         왜 혼자 잘 살고 있는 사람을 건드냐고!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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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남은아, 잘못했어. 미안해.
         듣고 있니?
         가지마라, 남은아. 이제 너 없으면 안돼.
         예전엔 그런 적 없었는데, 너 만나고 너 땜에 차도 샀어. 너 태우고 싶어서...
         (폭죽을 꺼내들며) 야, 그리고 이런 것도 사왔어.
         니가 좋아할 것 같아서 이런 것도 사왔다구!
         (폭죽을 켜고) 남은아, 보이니? 보여?? ㅎㅎㅎ
         남은아! 남은아, 보여? 남은아~!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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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잠은 좀 잤어요?

형만 : (끄덕끄덕) ..응.

남은 : 밤에 한숨도 못 잤어요...

형만 : 미안해...

남은 : ...

형만 : ...

남은 : ..우리 헤어져요.

형만 : !!!

남은 : 오빠한테 화나서 그런...거 아니예요.
         나두 내 생각만 했던 것 같애요.
         내가 내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말라고 한 것처럼,
         나도.. 오빠한테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할 수 없는건데...

형만 : 미, 미안해. 내가 잘할게...

남은 : 오빠한테 화내는거 아니예요.
         (한숨) 오빠도 말했잖아요? 오빠는 안 변해요...
         이 작업대 밖으로 안 나와요...

형만 : ...

남은 : 오빠를.. 사랑하는데... 그건 변함이 없는데...
         자신이 없어요.

형만 : ...

남은 : 나도.. 뭐든 하려고 했어요...
         할 수 있는건 다...
         오빠랑 같이 할 수만 있으면.. 뭐든 감당하겠다고 했는데...
         잘 안되요.

형만 : 그래... 다 잘할게.
         열심히 할게...
         잘해주면 되잖아?

남은 : (웃음) 오빤 나한테 너무 잘해줬어요.
         내 문제예요.
         오빠는 이미 그렇게 굳어져 있는거니까... 오빠 잘못이 아니예요.
         내가 나이를 더 먹고... 무뎌지거나 감당할 수 있을 때... 다시 만날 거예요.
         (애써 웃음) 나, 다른 남자도 못 만나는거 알잖아요? ^^;;

형만 : 내가 못됐어...
         유학도 가고 싶으면 가...

남은 : 유학.. 간다고 안 했어요...
         이렇게는 안되요...
         (떠나가는)

형만 :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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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석 : 어휴~ 그러니까 뭐든지 제 때 해야지, 늙으막에 이게 무슨 고생이야?

형만 : (혼자 조용히 눈물)

정석 : (그런 형만을 보며) 아~ 진짜 못봐주겠네... ㅡㅡ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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재웅 : 점심에 온 거야. 도시락을 싸들고...ㅎ
         걔가 절대 그런 짓을 할 애가 아니거든?
         아주 정성을 들였더라고...

정석 : 아니, 결론부터 얘기해 봐.

재웅 : 이건, 거의 액션을 취해달라는 태도잖아?
         그래서 밥을 먹으면서 내내 고민을 했지.
         이걸 오늘 말해? 말어?

정석 : (답답한) 그러니까, 했어? 안 했어?

재웅 : 바로 사랑한다고 말했죠.

정석 : 그랬더니? 어림없대??

재웅 : 그게 아니라...
         내가 말이야, 사랑한다고 말한 순간... 깨달아버렸어.
         내가 걔 사랑하지 않는다는걸...ㅎ

정석 : ㅡㅡ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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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만 : (울먹이며) 미안하다, 얘들아...
         다들 그렇게 힘든건데, 미안하다...
         내가 비겁하게 함부로 했어. 미안해, 진짜...
         미안해, 정석아...
         미안해, 재영아...
         난 정말 비겁했어.
         다들, 이렇게 사랑 땜에 힘든건데...
         난 몰랐어... 미안하다.
         미안해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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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 목사 : 사랑 안에 두려움 없고,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느니...

형만 : 뭐야?

강 목사 : 모르겠다, 갑자기 이 구절이 왜 생각났는지.

형만 : 목사가 그런 것도 모르면서 중얼거리냐?

강 목사 : ㅎ 쳇, 넌 뭐 다 알고 카메라 고치냐?

형만 : ..또 없어?

강 목사 : 뭐?

형만 :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...
         성경 속에 나오는 그런거 말고, 니 생각 중에 있는거...

강 목사 : 모든 죄악과 고통의 씨앗은 두려움이다.

형만 : 니 생각이야?

강 목사 : 그냥 지금 생각났어.
             내 생각인지 뭔지는 모르지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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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은 : 몇 일 잠을... 못 잤어요.
         시험 공부를 하느라 정신없이 밤을 세고, 과제물 제출하고... 너무 힘들었어요.
         오빠 버릇 있잖아요? 이렇게 얼굴 비비는거...
         너무너무 힘들 때 하는 건지... 이제 알았어요.
         오늘 봄이 왔어요... 오빠.
         내가 변할 수도 있고, 또 내가 무뎌질 수도 있고, 오빠가 변할 수도 있고...
         어차피 어떻게 살아도 100프로는 아니니까...
         매 순간 매 순간, 뭐든지 어떤 면으로는 50대 50이니까...
         ..우리 다시 시작해요.
         우리 다시 시작해요...
         우리.. (눈물) 다시 시작해요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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