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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담/영화감상문

'친정엄마 (2010)' 명대사

by 포토캐논 2010. 6. 1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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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어렸을 때 어른들은 나를 보며, '말을 잘하는 관광버스 안내양'이 되라 했다.
말을 잘하니 변호사가 되라는 것도 아니고, 관광버스 안내양이 되라니...

나는 그런 촌에서 자란 아이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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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숙 : 엄마도 먹어.

엄마 : 아니여, 엄마는 단거 싫어...ㅎ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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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숙 : (울먹이며) 미정아... 나는 우리 집이 싫다?
         아빠도 싫고, 엄마도 싫어...
         서울로 대학가서 내 마음대로 살꺼랑께.
         결혼 같은건 죽어도 안할거여...

미정 : (달래고) 그려, 지숙아. 우리 하지 말자.
         울지마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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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 : 너 왜 나왔냐?
         공부할 시간에 요로코롬 나오면 어쩐다냐잉.

지숙 : (짜증) 뭐 땜에 왔어?
         안와도 된다니께...

엄마 : 그래, 엄마도 그럴려고 그랬는디...
         암만 생각해도 학부모 참관 수업에 내 딸만 엄마가 없으면 안될거란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잉.
         아따, 엄마가 또 그런 꼴은 못 보제... 흐흐~

지숙 : 괜찮당께! 안 와도 돼. ㅡㅡ^

엄마 : 아니여, 아니여, 아니여.
         암만 생각해도, 부모가 있는 거랑 없는 거랑은 천지차이여.
         그래도 엄마가 니 뒤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야, 남들이 널 무시 못하는 것이여.

지숙 : (버럭) 그 꼴로 어디 올라고 그려? 챙피하게...
         엄마 챙피해 죽겠단 말이여!!
         남의 속도 모르고 진짜...

엄마 : (충격) 챙피혀?

지숙 : ...

엄마 : ..응, 그려... 그려, 니 말이 맞다, 그려. 맞어...
         챙피하기도 할것이다잉... 아,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...
         그려, 내가 생각해도 나 같은 엄마는 챙피할 것 같다...
         우리 딸이 뭐 누가 본다고 더 잘하고, 안본다고 허투로 할 애는 아닌디... (서운함에 눈물)

지숙 : (미안한) 언능.. 가...

엄마 : 응... (싸온 보따리를 건네주며) 요거 호박이랑 가지랑 좀 쌌어.
         선생님 갖다드리고잉... 히히 ^^ (애써 웃음)
         언능 들어가. 공부혀.

지숙 : (도망치듯 교실로)

엄마 : (눈물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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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에게 나는 자랑스러운 딸이었지만,
난 엄마가 창피해서 학교에 오지도 못하게 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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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숙 : 엄마, 아빠랑 살지마!
         뭣하러 허구헌날 맞고 살어, 바보같이?
         왜 맨날 맞고 살어? 잘못한 것도 없는디!

엄마 : 아니여, 아가. 그런거 아니여...
         알고보면 느그 아부지도 참 불쌍한 인간이여.

지숙 : 불쌍하면? 사람 패도 되는거여?!

엄마 : 아부지랑 안 살았으면 좋겄냐?

지숙 : 이혼혀. 아님, 서울로 도망가든가...

엄마 : 나라고 그런 생각 왜 안해봤겄냐...

지숙 : 근디 왜 못혀?

엄마 : ..너 땜시 안되겠더라.

지숙 : 왜 나 땜시?!

엄마 : 나 없으면 니가 고생이여.
         내가 해야할 일 다 니가 해야하잖여?
         밥하고, 빨래하고, 청소하고, 동생 뒤치닥거리 다 하고,
         학교나 제대로 다닐랑가도 모르고...
         나 하나 잘되자고 잘난 내 딸 그 꼴 만들면 안되지.
         나 하나 참으면 될것을...

지숙 : (눈물) 내가 엄마 땜시 못살어...

엄마 : 으메? 엄마 땜시 못살면 어쩐다냐잉??
         난 우리 딸 땜시 살겄는디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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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빠 : 아, 뭔놈의 가시네가 이름도 모르는 대학교를 간다고 저러는가 모르겄네.
         여기서 통학할 만한데 댕기면서 시집가면 쓸것인디...

엄마 : 요새는 가시네들 시집 보낼라고 학교 안 보내요.
         알아서 지들 밥벌이는 다 한다는디...
         아, 그라고 쟈가 시방 갈라고 하는 학교가 보통 학교가 아니랑께요?

아빠 : 아, 식구 몇이나 된다고 그 먼데를 떨어뜨려놔?
         얼굴 보면서 모여 살아야 식구제.

엄마 : 아따, 그 암말 좀 하지 마쇼잉!

지숙 : 엄마...

엄마 : 잉? 어떻게 됐냐??

지숙 : 등록금 준비한거 소용 없겄어...

엄마 : (실망) 으메... 으메 어쩌야 쓰까잉...

아빠 : 잘된겨! 그 먼데를 가서 뭐한다고 고생이냐?

동생 : 엄마, 누나 장학생으로 들어간다는디?
         장학생이여, 장학생! ㅋㅋㅋ

엄마 : (반색) 참말이여?

지숙 : 장학생 중에서도 1등이랴.
         그래서 등록금 필요 없당께!

엄마 : 오메! 오메 내 딸!! 하하하하~

아빠 : (내심 기쁜) 그 먼데를 가서... 뭐한다고...ㅎ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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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 : 여기 바지 하나 좋은 놈으로다 골라주쇼잉.
         우리 딸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떡하니 붙어서, 거기 입고 다닐놈 하나 사줄라고 하는디...
         서울 갸들이 입는 그런 모양으로 한 번 골라주쇼잉.
         그 저... 서울예전이라고 들어봤는가는 모르겄네? ㅎㅎ
         (딸 자랑에 기분 좋은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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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숙 : 뭔데 이렇게 무거운거여?

엄마 : 다 필요한거 넣었어.
         가방이 무거워서 미안혀, 아가잉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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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하는 딸, 지숙아.

하고 싶은 말은 많은디, 뭐부터 써야할지 모르겄다.
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혔는디... 엄마는 니가 참말로 자랑스럽다잉.

그래도 너를 서울로 보낼라 하니까 엄마는 또 참말로 걱정스럽다잉.
밥은 잘 챙겨 먹을랑가... 엄마 없을 때 또 어디 아프지는 않을랑가...
그래도 엄마는 항상 너를 믿으니께 보내야 쓰겄제잉.

이놈 몇 푼 안되지만 엄마가 모은 것이여.
콩나물 200원어치 살라믄 100원어치만 사고, 두부도 반모만 사다 먹었당께.

엄마가 제대로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.
딸은 떠나보낼 자식이라 늘 마음이 짠한디...
엄마가 늘 너한테 미안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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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래를 잘하던 엄마는 가수가 되고 싶었을까?
하고 싶은 것도, 자랑할 것도 없는 사람은 얼마나 외로울까?

난 우리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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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숙 : 좀 비싸도 편하게 기차타고 오라니까!

엄마 : 나는 버스가 편혀.
         명색이 버스기사 마누라인디, 기차 타면 쓰겄냐?

지숙 : ㅋㅋㅋ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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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 : 너 좋다고 따라댕기는 놈 없냐?

지숙 : 없어.

엄마 : 엄마한테 그런 야그도 못허냐?

지숙 : 없대니까.

엄마 : 암튼, 남자 생기면 엄마한테 언능 보여줘야 된다잉?

지숙 : 뭐하러?

엄마 : 아, 내 새끼한테 잘할 놈인가 안할 놈인가, 엄마가 봐야 안쓰겄냐...

지숙 : 치이~ 자기는 남자 보는 눈도 없으면서... ㅡㅡ;;

엄마 : 아, 그러니..께... 엄마가 봐야...
         아이구, 느그 아부지 같은 인간은 아예 싹수를 짤라버려야 쓰제.

지숙 : (웃음) 알았어.

엄마 : 약속해라잉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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팀장 : 엄마 전화야?

지숙 : 예...

팀장 : 아니, 엄마한테 너무 심한거 아니야?
         있을 때 잘해... 나중에 후회한다?

지숙 : ..예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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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 : 우리 딸 어디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?

준수 모 : 솔직히, 마음데 드는 곳을 못 찾겠네요.

엄마 : 남의 자식갖고 고로케 말씀하시면 안되죠잉.
         누구는 뭐, 그 쪽 아들이 마음에 들어서 나온 줄 아쇼?

준수 모 : 마음에 안 드시면, 안하시면 되겠네요.

엄마 : (웃음) 그게 어디 뭐, 부모 마음대로 되나요잉?
         이미 지들 맘에 불이 붙었는디...

준수 모 : 나는 저런 며느리 얻으려고 우리 아들 유학까지 보낸거 아니라구요.

엄마 : 그라모 뭐... 댁의 아들 배울 때 우리 딸은 놀았겠습니까?

준수 모 : 그 쪽이야 전문대 2년이지만...
             우리 아들은요, 미국 대학 4년이예요.

엄마 : 댁의 아들은 잘난 부모 땜시 대학 다니고 미국 유학 갔을 때,
         내 새끼는 못난 부모 땜시 아르바이트 함써 청바지 하나로 대학교 2년 댕겼습니다, 예!
         남의 집 딸들은 대학교 4년 나와서 집에서 놀다가 부모가 바리바리 해주는 혼수 갖고 시집 가는디,
         우리 딸은 전문대학교 2년 다니고 우리 집 기둥 된 딸이요!
         내가 그 생각만 하면은 지금도 심장이 녹아나는 것 같은디...

준수 모 : 그래서 싫다구요.
             가난한 집 맞사위 노릇이 쉽겠어요?
             장가가서 처갓집 기둥 되라고 내가 그 뒷바라지 다 한거 아니라구요.
             (아들을 째려보며 나즈막히) 어휴, 등신 같은 놈...

지숙 : (눈물)

엄마 : 예, 그려유.
         나도 저런 등신 같은 사위는 원치도 않네요.
         이 결혼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합시다잉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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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 : 내가 잘난 것이 뭐가 있어... 공부를 했어? 돈이 많어?
         서방 잘 만나서 호강을 하고 살어?!

아빠 : (말 없이 담배만 피우고)

엄마 : 나는 오로지 니가 자랑인디!
         잘난 내 딸 팔아서 마음껏 으시대면서 시집보내고 싶었는디, 염병한다고 연애질을 해갖고!!

지숙 : 그만해.. 나 그 사람이랑 결혼 안해...
         절대 안할 거라구...

엄마 : 아이고.. 아이고 내 딸 불쌍해서 어쩔까잉...
         부모 잘못 만나서 평생 죽어라 고생만 하고 살았는디,
         인제는 이 무식하고 못난 부모 땜시 지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도 못하고...
         아이고, 자식 앞길 막는 애미는 애미도 아니여...

아빠 : ...

엄마 : 아이고, 애미도 아니여... 애미도 아니여...

지숙 : (울먹이며) 제발 그만 좀 해.
         엄마 땜에 내가 진짜 못 살아, 정말...

엄마 : 난 너 땜시 사는디, 너는 나 땜시 못살아서 어쩐다냐잉...
         미안혀서... 미안혀서 어쩐다냐잉...
         미안혀서 어쩐다냐잉... 어쩐다냐잉...

지숙 :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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준수 모 : 왠일이세요?
             저희, 더 이상 만날 일 없지 않나요??

엄마 : 지가.. 어제 실수를 좀 한 것 같애서...

준수 모 : ??

엄마 : 솔직히 지가... 그라요.
         내가 무식해서 그랬습니다잉.
         근데, 나는 무식해도... 우리 딸은 안 그렇습니다.
         지랑 달라요...

준수 모 : (한숨)

엄마 : 우리 딸이 못난 부모 땜시 죽어라 고생만 하는거 같아서 내가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...
         인쟈도 부모 땜시 지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결혼도 못하고,
         (눈물) 나는 참말로 우리 엄마가 원망스럽습니다잉.
         나를 쪼께 가르쳤으면 좋았을 것을...
         우리 엄니는 왜 나를 안 가르쳤을까요잉?
         날 좀 가르치지...

준수 모 : ...

엄마 : (무릎 꿇고) 죄송합니다잉.. 참말로 죄송합니다잉...
         나가... 나가 뭐라고 하면 화가 풀리시겠습니까?
         죄송합니다잉.. 참말로 죄송합니다잉...
         죄송합니다잉.. 죄송합니다잉... 죄송합니다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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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 나는... 그 해 결혼을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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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숙 : 엄마, 내 딸 이쁘지? ㅎ

엄마 : 아니, 근데 대갈빡이 솔찬히 크다?

지숙 : 엄마는... 애니까 그렇지.

엄마 : 아니, 우리 지숙이는 안 저랬는디... 애가 겁나게 못생겨 부렀네.
         아따, 저걸 우짠당가...

준수 : 어머니, 걱정 마세요.
         제가 싹 고쳐놓을게요, 나중에...ㅎ

지숙 : 뭘? 나 어릴 때랑 아주 똑같구만!

엄마 : 워메? 넌 어려서 안 이랬어야! 얼매나 이뻤는디?
         눈이 초롱초롱하고 그냥, 피부는 흰떡같고... 아, 징하게 이뻤어.

지숙 : 엄마 딸보다 내 딸이 훨씬 이쁘네요.

엄마 : 아니랑께, 너 진짜 이뻤어!
         저거, 진짜 어쩐당가...

지숙 : 엄마...

엄마 : 잉?

지숙 : 엄마도 나 낳을 때 이렇게 힘들었어?

엄마 : ??

지숙 : 나, 이제부터 정말 잘할게...

엄마 : (웃음) 야가 인쟈 아 낳고 철들었나 보네-ㅎ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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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숙 : 뭘 또 이렇게 많이 해서 보냈어? 내가 못살아, 진짜. 허리도 아프다면서...
         그리고 내가 파김치 해서 보내지 말라 했잖아?

엄마 : 야야, 파가 머리를 맑게 해준단다.
         너 같이 머리 많이 쓰는 사람 파를 많이 먹어야 혀.

지숙 : 난 괜찮아.
         그리고 김치도 이제 사다 먹을거야.

엄마 : 아, 그런 소리 하지 말어!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해줄 것이여...
         (한숨) 집이라도 가까우면 얼른 가서 청소나 한바탕 해줬으면 쓰겄는디...
         그리고 날 풀렸다고 이불 빨래 하지 말고 놔둬라잉.
         엄마가 조만간 갈텡게잉?

지숙 : 엄마, 엄마 허리나 신경 써.
         괜히 무리하다가 디스크 심해지면 어떡할려구...

엄마 : 걱정말어. 엄마는 괜찮여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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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내가 아버지를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다.
나는 내가 아버지를 미워하는 줄로만 알았다.
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도 그리움도 없을 줄 알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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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숙 : 엄마, 같이 올라가자... 응?

엄마 : 엄마는 서울 가서 못 살어. 갑갑하고 답답해서...
         아따, 엄마 걱정하지 말어.
         괜찮어, 어여 가. 빨리!

동생 : 아 엄마, 누나 생각해서라도 같이 좀 가요.
         나도 부대 있으면서 마음이 편치가 않아서 그래요.

엄마 : 아니, 안 간다는데 왜들 이려, 참말로!

지숙 : 엄마... 고집 부리지 말고 자식들 말 좀 들어, 응?

엄마 : 너 땀시 그려, 아가.
         결혼한 여자가 속상할 때 갈데가 없다는 것이...
         그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 줄 아냐?
         나 여기 있을텡께, 속상한 일 생기면 엄마한테 와.
         엄마가 해결은 못해줘도, 얘기는 속 시원히 들어줄 수 있응게잉.

지숙 : (눈물) 내가 증말... 엄마 땜에 못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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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 : 나가 죄를 지었구만유...

신부 : 또 점집 가셨어요?

엄마 : 아따, 신부님도 인제 점쟁이 다 되어부렀소잉~ㅎ

신부 : 아레스 자매님, 점집에 안 가기로 하셨잖아요.

엄마 : 예, 나가 약속은 그렇게 했는디, 자식 일이 자꾸 맘에 걸리다본께...
         아따, 성모님도 예수님 아들 두셨으니께 내 맘 잘 아실 것이오.

신부 : 약속 지키셔야죠.
         아무리 자식 일이 걸려도 그렇지,
         그러시다가 구원 못 받으시고 지옥가시면 어쩌시려구요?

엄마 : 자식 키우다 보면 자식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어요.
         나가 지옥불 떨어지는 것이 무섭다고
         자식에 소홀히 하는 부모는 이 세상 천지에 없을 것이오.
         아, 신부님도 자식이... 아참, 신부님은 자식이 없제잉?
         긍께 애미 맘을 모르겄구먼. 긍께 그런 소리 하시제잉.
         애미 맘 알면 그런 소리 못하지 암...
         나, 그냥 가야쓰겄네잉;; (자리를 뜨고)

신부 : (당황) ..자매님? 아레스 자매님?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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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숙 : 엄마 어떻게 왔어? 서울 길도 잘 모르면서??

엄마 : 아따, 서울 길은 몰라도 내가 내 새끼 있는 곳은 잘 찾제잉-ㅎㅎㅎ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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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힘들어, 힘들어, 할 때마다 엄마는 늘 말했다.
내 눈에서 눈물이 나면 엄마는 피눈물이 나고,
내 속이 상하면 엄마 속은 썩어 문들어진다고...
그게 엄마와 딸이라고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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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숙 : 엄마, 우리 저녁에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?

엄마 : 아따, 또 쓰잘떼기 없는데다 돈 쓸라고 하네, 참말로!

지숙 : 자식이 맛있는거 사준다고 하면 좋아서 따라서 오고 그래봐.

엄마 : 내 새끼가 뼈빠지게 번 돈 한 푼이라도 아낄라 그러제.
         너그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같이 다닐래나...
         으이그, 불쌍한 양반. 너무 일찍 가버렸어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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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숙 : 여기는 하나도 안 변했네.

미정 : 촌 동네가 쉽사리 변하겄냐?
         우리가 많이 변했지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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준수 : (눈물) 어머니.. 지숙이가 좀 아파요...

엄마 : 아니, 아프면은 병원으로 가야지, 왜 여길 내려온겨... 잉?
         내일 아침 당장 병원 데려가야 쓰겄구만...

준수 : 어머니.. 병원에서 그러는데요...
         (울먹이며) 지숙이.. 췌장암 말기래요, 어머니...
         저, 지숙이 없으면 못 사는데... 어떡하죠, 어머니?

엄마 : !!! (충격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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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 : 내일 일찍 가냐? 좀 더 있다 가면 안되겠냐...

지숙 : 내 새끼도 봐줘야지...

엄마 : (눈물)

지숙 : 이제 가면 언제 또 오나...

엄마 : 다음 달에 또 오면 되지.
         그런 말 하지 말어.
         다음 달에 또 오고... 또 그 다음 달에 또 오고...
         (혼잣말로) 누가 데려가... 내 새끼를 누가 데려가...
         암만, 내가 두 눈 이렇게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,
         내 새끼를 누가 데려가... 누가 데려가...

지숙 : !!!

엄마 : (오열하며) 아가, 아무 걱정 하지 마라잉? 엄마가 있잖여...
         이 엄마, 엄마가 니 옆에 있잖여...
         내 새끼 내가 지킬랑께, 내 새끼 내가 지킬게...
         엄마가 지킬게...

지숙 : (눈물) 엄마... 엄마...

엄마 : 내가 못 살아... 나는 못 살아...
         내 새끼 저렇게 보내놓고...
         차라리 나를 데려가지...!!
         내 새끼 보내놓고 나는 못 살아...
         나는 못 살아... 나는 못 살아... 나는 못 살아...

지숙 : 엄마... 미안해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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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마 : 아가.. 걱정 하지 마라잉...
         너 절대로 먼저 안 간다잉...
         엄마가 너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뭐건, 너 절대로 먼저 안 간다...
         긍께 무서워 하지마잉?
         엄마가 널 지킬 것이여...
         이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.. 엄마가 너 살릴 것이여...
         아무 일도 없응께, 엄마는 절대 안 운다잉.
         긍께 너도 절대 울지 말어...

지숙 : (눈물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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혜영 : 할머니, 엄마 보고 싶어.
         엄만 언제 와?

엄마 : 할미가 엄마한테 우리 혜영이가 보고싶어 한다고 말 전해줄테니까,
         아빠 말 잘 듣고잉... 알았제?

혜영 : (끄덕끄덕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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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가, 너를 보내고도 이 독한 애미는 이렇게 잘 살아있다.
오늘 또 하루가 지났응께, 너한테 갈 날이 하루가 더 빨라졌구나잉.
어서 가서 내 새끼 곁으로 이렇게 옆에서 지킴써 말동무를 해줘야 하는디...
애미가 무식해서 죽어서 우리 새끼 있는데를 못 찾을까봐, 그것이 걱정돼 잠이 안 온다.
아가, 나 죽었다는 소식 듣거든 무식한 애미 헤매게 하지 말고, 니가 나를 찾아줘야 헌다잉...

아가... 내 새끼야... 그거 아냐?
내가 이 세상에 와서 제일로 잘한 것은, 너를 낳은 것이다...
그리고 젤로 후회되는 일은 그것도, 너를 낳은 것이다...
너한테는 참말로 미안하지만, 다음 세상에도 꼭 내 딸로 태어나줘야 한다잉...

사랑헌다... 내 새끼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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